연기파 배우와 명감독의 연출로 빚어낸 아름다운 영화
감독 닉 카사베츠는 미국 인디 영화계의 원로 감독인 존 카사베츠와 영화배우인 어머니 지나 롤랜드의 아들로 영화인 집안에서 자란 감독이다. 그가 연출한 '더 홀'은 숀 펜과 존 트라볼타가 출연했고 97년 제50회 칸느 영화제 남우주연상(숀 펜), 최우수 촬영상을 받으며 정상급 감독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주인공 '존 큐' 역에는 할리우드 대표 연기파 배우 덴젤 워싱턴이 출연한다. 그밖에 낯익은 얼굴들이 출연하는데 '닥터 터너' 역에는 '화이트 하우스', '잡스' 등에 출연한 제임스 우즈가 '레베카 페인' 역에는 앤 헤이시 등이 호흡을 맞췄다.
평범한 아버지의 극단적인 선택을 그린 감동 스토리
가난하지만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의 아버지 존 큐(덴젤 워싱턴)는 어느날 아들 마이크가 야구경기 도중 쓰러지는데 급하게 병원으로 데려간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뜻밖에 마이크가 심장비대증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른다는 소식을 접한다. 아들을 살리고자 직장 보험을 이용하려 하지만 한도가 안되고 병원 지원금, 국가 지원금 등을 모조리 알아봤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처지였다. 그리고 수술비를 마련하기는커녕 심장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리는 계약금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집안의 물건들을 모두 다 팔고 이웃들과 교회 등의 도움으로 병원비를 충당하며 지내던 어느 날 병원에서는 마이크를 내보내려고 통보한다. 아내는 존에게 어떻게든 해보라며 울음 섞인 통화를 하게 되는데 극한의 상황에 처한 주인공 존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아들이 입원한 병원의 응급실에 총을 들고 들어가 점거하게 되고 인질극을 벌이게 된다.
병원을 둘러싼 경찰들과의 대치 속에 투입된 30년 경력의 베테랑 네고시에이터 프랭크(로버트 듀발)와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목숨을 건 존의 유일한 요구는 아들을 심장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려달라는 것뿐이었다. 존의 인질극이 알려지며 각 방송사들이 취재열기를 띠게 되고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존에게는 아들을 명단에 올렸다고 거짓말을 한 후 결국 특별 기동대 SWAT이 출동하고 사살 명령이 떨어졌다. 한편, 인질극 취재에 열을 올리던 방송사들 사이에 응급실 CCTV가 한 방송국에 의해 해킹되며 방송을 타게 되고 존과 아들의 인간적인 대화들이 그대로 방송되면서 오히려 시민들의 동정과 응원을 받게 된다.
인질들을 하나 둘 풀어주는데 오히려 인질들은 존을 옹호하는 발언들을 한다. 존은 아들이 위급한 사실과 명단에 올린 것이 거짓인 것을 알게 되자 자신이 자살하고 심장을 이식하려고 시도한다. 그때 극적으로 교통사고로 사망한 여자의 심장을 이식받게 되고 비용도 병원에서 도와주기로 결정됐다. 심장이식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아들 마이크는 빠르게 회복된다.
이후 응급실 인질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된 존 큐는 유죄판결을 받아 3~4년의 징역이 선고되는데 변호사는 2년으로 줄여보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들으며 영화는 마친다.
사랑하는 가족과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며 코끝이 찡한 여운이 남는 명작
영화는 미국의 의료보험 문제를 고발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젊은 덴젤 워싱턴의 명연기를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특별하고 박진감이 넘치는 액션 영화는 아니다. 평범하고 서정적인 흐름으로 일상 속의 평범한 아버지가 아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사회의 부조리와 정면으로 싸울 수밖에 없게 내몰린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 셈이다. 그리고 덴젤 워싱턴 특유의 액션 장면 역시 없지만 다정 다감한 평범한 아버지로서의 내면 연기에 어느새 몰입되어 버리고 만다. 20년이 지난 영화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라는 인간 본능의 감정선에 대한 공감은 세월이 지나도 결코 변치 않는 가치를 지녔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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