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감 넘치는 액션 스릴러
'빌로우 제로'는 영하(0도 이하)라는 뜻의 스페인 영화다. 감독 역시 스페인 출신 루이스 퀼레즈가 연출한다. 그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기말을 다룬 영화 '그라피티'로 시체스 국제영화제와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감독이다. 주인공인 경관 '마르틴' 역 역시 각종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 하비에르 구티에레즈가 맡았다. 그는 '로보 페레스', '프리즌 77', '나의 집으로'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한 연기파 배우다. 분노의 복수심에 불타는 전직 경관 '미겔' 역은 스페인의 아카데미 고야상 조연상을 여러 번 수상한 스페인의 국민배우 카라 에레할데가 하비에르와 호흡을 맞춘다. 스페인 연기파 명배우들의 호흡이 박진감 있고 감동적으로 작품을 이끌어간다. 그밖에 잔혹한 악당 '나노'역에는 패트릭 크리아도가 출연한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자식에 대한 처절한 복수
영화는 빗속에서 한남자가 뒤를 쫓는 남자에게 끝까지 모른다는 답을 하고 죽임을 당하며 시작한다. 어느 혹한의 날씨 속에 중범죄 재소자들을 호송하게 된 경관 마르틴(하비에르 구티에레즈)은 임시 파트너 몬테시노스와 한밤중 산속에서 호송차를 운전하던 중 갑작스러운 습격을 받게 된다. 호송트럭의 타이어는 괴한에 의해 펑크가 나서 움직이기 힘들어진 상태 속에 총격을 받는다. 앞선 호위차량은 습격으로 전복되고 경관들이 숨을 거둔 상태다. 파트너 역시 총격에 쓰러져 도움받을 곳이 없는 상태에 놓인다.
마르틴은 호송트럭의 격리실안으로 대피하는데 열쇠를 풀고 날뛰는 죄수들사이에 갇힌 신세가 돼버린다. 그런데 괴한은 모두 살려줄 테니 죄수들 중 단 한 명 만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갑자기 트럭 안으로 휘발유가 들어오고 불길이 번진다. 괴한은 나노(패트릭 크리아도)라는 죄수를 내놓으라고 무전을 하는데 다행히 한 명만 숨지고 나머지는 불을 끄고 살아남는데 나노는 마르틴이 가진 트럭을 열 수 있는 열쇠를 몸싸움 끝에 빼앗아 그대로 삼켜버리고 만다.
괴한은 전직 경찰 미겔(카라 에레할데)이다. 그는 호송중인 재소자들 중 나노만을 요구했다. 그리고 트럭 격리문이 열리지 않자 호송트럭의 시동을 걸어 그대로 얼어붙은 호수로 차를 이동시키는데 죽은 줄 알았던 호송차량 임시 파트너 몬테시노스가 미겔이 타고 온 차량을 끌고 미겔이 모는 호송트럭을 추격하고 총격을 가한다. 미겔은 고민 끝에 트럭으로 밀어버리며 맘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미겔은 나노때문에 딸을 잃은 전직 경찰이기 때문에 동료의 죽음에 복잡한 심정을 보인 것이다. 한편, 미겔은 꽁꽁 얼어붙은 호수 한가운데에 호송트럭을 세운 후 빙판에 총을 쏴 트럭이 강으로 빠지게 만든다. 물이 차오르자 안에 있던 재소자들은 아수라장이 돼버리는데 비상문을 알고 있던 마르틴과 재소자 한 명 그리고 나노가 다행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물에 빠지던 트럭에서 마르틴을 구해준 재소자는 마르틴이 못 본척해주고 도망치고 나노가 살아남은 것을 알게 된 미겔은 언덕 위에서 다시 총격을 가하고 추격한다.
이를 본 마르틴은 미겔을 추격하고 결국 빈 건물안에서 둘만이 마주치게 된다. 미겔은 자신이 과거 경찰이었고 자신의 13살짜리 딸이 나노와 패거리에게 당해서 숨을 거뒀다고 말한다. 그리고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는 모든 이야기를 전한다. 미겔은 자신의 딸에 대한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자신은 감옥에 가도 상관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반드시 시신이라도 찾아서 가족 옆에 묻어 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간절한 미겔의 바람에도 마르틴은 법과 원리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둘은 격투를 벌인다. 그순간 나노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미겔은 또다시 추격한다. 결국 미겔은 나노를 붙잡아 딸의 시신이 있는 위치를 캐묻는 순간 마르틴은 멈추게 하고 법의 심판에 따르게 한다. 그런데 그 순간 나노는 악마와 같은 비웃음을 미겔에게 짓는다. 마르틴 역시 두 딸의 아버지로서 나노에게 총을 쏴 시신의 위치를 결국 자백받는다. 법을 어긴 마르틴이 경찰을 떠나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법과 정의 사이의 인간적인 갈등
단순하고 킬링타임용 영화로 큰 기대없이 본 영화였지만 악당 나노의 마지막 악마와 같은 웃음에 소름이 끼친다. 그 비웃음에 법과 원리원칙을 존중하던 경관 마르틴의 마음은 순식간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처음 영화는 그저 그런 범죄 영화라 생각했으나 영화가 전개되며 아버지의 복수와 분노의 감정에 이입되며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악당의 잔혹한 범죄 사실과 아버지의 멈출 수 없는 분노에 공감하게 되면서부터 법과 원리원칙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짐을 느낀다. 법은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라는 큰 틀속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제도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 특히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복수마저 다스리고 자제시키기에 때로는 예외와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영화라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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