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블랙 코미디
2022년 미국감독조합상을 수상한 영국인 감독 마크 밀로드는 '빅화이트', '당신은 몇 번째인가요?', '못 말리는 알리' 등 주로 코미디 영화를 연출했다. '더 메뉴'를 통해서 요리를 소재로 한 독특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완성했다. '킹스맨', '더 포기븐', '007 노타임투 다이' 등에 출연한 주인공 셰프 '글로웍' 역의 '랄프 파인즈'는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갖춘 영화인 집안의 배우이다. 동생인 조셉 파인즈 역시 배우이며 소피 파인즈와 매그너 파인즈는 각각 영화와 음악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주인공 '마고' 역의 안야 테일러 조이는 제78회 골든글로브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받은 매력적인 여배우다. 그 외에 '타일러' 역의 니콜라스 홀트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뱅커', '톨킨' 등에 출연한 개성파 배우로 두 남녀 배우의 연기호흡이 긴장을 끌어올린다.
가식적인 인간군상에 대한 예술적 경지에 오른 셰프의 일격
호손이라는 외딴섬에 초대된 단 12명의 손님들은 예술적 경지에 오른 유명 셰프 슬로웍(랄프 파인즈)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맛볼 기회를 갖는다. 디너 요리는 180만 원으로 예약자들은 모두 잘 나가는 사업가, 연예인, 요리 비평가, 재벌들이다. 마고(안야 테일러 조이)는 남자친구인 테일러(니콜라스 홀트)와 이곳에 참석하게 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테일러의 전여자친구 대타로 가게 된 것임을 알게 된다.
레스토랑에서 셰프 슬로웍(랄프 파인즈)이 주관한 코스요리가 시작되자 초대된 손님들은 그의 카리스마에 압도되며 아름다운 비주얼을 갖춘 요리들에 취하게 된다. 각각의 코스요리가 나올 때마다 함축된 스토리를 그리는데 이를 통해 셰프의 예술적 요리를 승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빵요리는 빵은 없고 소스만 주는데 서민의 음식인 빵을 통해 부유층인 손님들을 비웃듯이 풍자한다. 그런데 코스요리가 중반으로 가면서부터 무언가 강압적인 분위기로 레스토랑의 환경이 바뀌기 시작하는데 음식을 내어놓은 수석 부주방장이 갑자기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이 연출된다.
느닷없는 사태에 사람들은 이제야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인식하고 당황하며 패닉에 빠진다. 그러나 이미 모든 스케줄을 짜놓은 슬로웍의 강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각자의 테이블에 앉아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슬로웍은 만찬에 초대된 사람들의 명단을 보며 그들 각각의 면면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한심하고 이기적인 돈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에게 일침 하는데 그는 자신이 온갖 정성을 다한 요리를 무지하고 돈만 밝히는 허영심 가득한 손님들에게 제공한 것에 대한 복수심도 가득했다. 이제 손님들은 코스요리의 끝이 혹시 자신들의 죽음일지 모른다는 생각 마저하게 된다.
슬로웍은 그들 중에서 유일하게 초대받지 않았던 당돌한 손님인 마고에게 '너는 여기 있어선 안 돼'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슬로웍의 눈에 띈 그녀가 자신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지 못한 처지라는 것을 알게 되며 동정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슬로웍 자신을 포함한 초대된 모든 이의 죽음이 코스요리의 마지막임을 눈치챈 마고는 레스토랑 한편에서 젊은 시절 슬로웍의 사진을 본 후 그가 셰프로 활동하기 시작할 무렵 처음 만들었던 요리인 치즈버거가 먹고 싶다고 주문하는 기지를 발휘한다. 슬로웍은 잠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정성껏 만들어낸 치즈버거를 포장해 가는 마고가 그대로 레스토랑을 나가도록 해준다. 한편, 남아있던 모든 이들은 코스요리의 마지막이 되어 레스토랑과 함께 불길 속에 모두 숨을 거두며 영화는 마친다.
컬트적 매력을 가진 섬뜩한 영화
2022년 말 개봉한 '더 메뉴'는 같은 시기 세계적인 인기작 '아바타 2'의 국내 개봉시기와 겹쳐 크게 흥행하지는 못하였으나 눈길을 사로잡는 요리와 상상을 초월한 극의 흐름, 풍자 등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영화다. 가벼운 요리를 소재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스릴러로 변해가는 모습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이다. 주인공 슬로웍과 마고는 서로 대립하는 관계지만 오만하고 잘난 척하는 손님들 가운데 유일하게 허영심과 사치를 멀리하는 공통점이 있다. 최고의 셰프인 슬로웍은 자신의 분신 같은 요리들을 한낱 그들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소비하는 부유층에 환멸을 느끼며 그들의 위선과 속물근성을 들추어 내 마지막 코스요리 '정화의 불길' 속으로 사라지게 만든다. 돈으로 모든 것을 쟁취하며 하찮게 여기는 사회와 인간군상들의 집착과 허영을 풍자하는 영화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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