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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다운 : Sundown, 2021] 죽음앞에 초연한 남자의 일탈

by 쿨아찌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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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썬다운'(2021,드라마)

'일몰'의 은유적 표현을 알아가는 과정

영화 '썬다운'은 멕시코를 대표하는 명감독 미셸 프랑코의 신작이다. 그는 '애프터 루시아(2012)', '에이프릴의 딸(2017)', '뉴오더(2020)' 등의 작품으로 칸영화제에서 주요 상을 수상했다. 특히 그의 전작 '크로닉(2015)'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여러 통찰을 풀어낸다. 그리고 이번 신작을 통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 크로닉에 이어 주인공 '닐'역에 연기파 배우 팀 로스와 다시 만나 호흡을 맞춘다. 영국 출신인 팀 로스는 '저수지의 개들(1992)', '피아니스트의 전설(1998)' 등 수많은 영화에서 그만의 시크하며 냉소적인 악역 연기 등으로 명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여동생 '앨리스'역에는 프랑스 배우이자 가수인 샤를로뜨 갱스브르가 함께 했다. 이 두 남매의 갈등은 주로 주인공 닐의 부도덕하며 비이성적인 행동에서 비롯되는데 영화 전반의 긴장감을 주는 요소다. 역시 명배우들 다운 호흡의 템포가 시각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이영화는 봉준호 감독이 2021년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한 바 있어 눈길이 간다. 

 

멕시코 해안의 아름다움과 대비되는 주인공의 이상한 행동

런던에서 양돈과 도축업으로 부유한 가문의 닐(팀 로스)은 여동생 앨리스(샤를로뜨 갱스브르)와 그녀의 아들, 딸과 함께 멕시코 알카풀코 해변의 초호화 리조트에서 여행을 즐기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는데 여동생 앨리스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며 오열하는 반면 닐은 이상하리 만큼 담담하다. 그리고 여권을 잃어버렸다는 핑계로 여동생의 가족들을 먼저 런던행 비행기에 태워 보낸 후 홀로 택시기사의 안내로 멕시코 작은 호텔에서 생활한다. 멕시코 해변에서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는 와중에 택시기사 호르헤 캄포스와도 가까운 사이로 지내게 된다. 그러던 중 닐은  앨리스의 돌아오라는 연락을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피하고 휴양지 근처에 사는 친절하고 싹싹한 현지인 베레니스와 사귀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오롯이 혼자 치르고 여러 가지 회사의 일처리를 한 후 앨리스는 답답한 마음에 멕시코로 돌아와 닐을 찾아낸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는 동생의 질문에 침묵으로만 일관하며 돌연 자신 앞으로 상속되는 모든 전재산을 주겠다고 선언한다. 닐은 가족 변호사 리챠드 앞에서 상속 포기서에 서명하고 앨리스는 말없이 일어선다. 앨리스 일행은 공항으로 가는 길에 호르헤가 이끄는 강도들에게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마는데 경찰은 닐이 재산 상속을 노리고 암살을 지시한 용의자로 판단하여 감옥에 갇히고 만다. 범인이 택시기사 호르헤 일당임이 밝혀지고 변호사 리챠드가 닐을 감옥에서 나오게 한다. 회사는 이제 닐의 것이란 이야기를 전해 듣고 호텔로 돌아간다. 닐은 베레니스와 해변에서 다시 여유롭게 지내는데 앨리스의 아들과 딸이 리챠드와 함께 찾아오는데 닐은 조카들에게 회사를 포함 모든 예금과 부동산, 매장과 농장 전부다를 주겠다고 담담하게 서명한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닐은 갑자기 죽어있는 돼지를 보고 쓰러지는데 베레니스는 병원에서 닐이 뇌종양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닐은 베레니스가 잠든 사이 멕시코 밤거리를 지나 해변으로 간다. 다음날 눈부신 햇살과 파도 사이에 닐의 옷가지가 휘날리며 영화는 마친다. 

 

주인공의 미스터리 한 행동의 의미를 깨달으며 

영화를 처음 접하며 나는 답답함을 느껴 중간에 멈출 생각까지 했다. 주인공의 앞뒤가 맞지 않는 몽환적 행동에 영화에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직업이 무엇인지, 혼자 사는 건지, 자식은 없는지 정체를 알 수 없이 시작한다. 영화 중반부터 하나둘 알게 해 주며 결말 부분에서야 주인공이 도대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어쩌면 저렇게 무기력한 지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된다. 주인공의 무덤덤한 연기와 느린 전개가 다소 답답함도 주지만 멕시코 휴양지 풍경과 그들의 일상들이 간간히 시각을 즐겁게 해 준다. 도축업을 하는 집안에서 어린 시절부터 돼지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며 자란 그에게 죽음은 어쩔 수 없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결말이라는 인식이 남달리 정신세계 깊이 자리 잡은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인간은 죽음 앞에 돈, 명예 그밖에 모든 것이 무의미한 것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자신의 죽음을 인지한 이후 이제라도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싶어 본능에 충실한 닐의  비이성적 행동은 나를 어느 정도 설득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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