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오징어 게임이 될까? 국보급 명배우들의 만남
윤종빈 감독과 넷플릭스의 만남이 결실로 나타난 작품으로 2022년 10월 전 세계 넷플릭스 2위를 기록 중이다. 윤종빈 감독 작품인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를 재밌게 감상하며 차기 누아르 작품을 기대하던 중 10여 년 만에 황정민과 하정우 주연의 누아르라는 기막힌 조합에 설레었다. 아울러 명배우 둘의 시너지를 어떻게 살려낼지 사뭇 기대감을 자아냈다. 윤종빈 감독은 단편영화로 내공을 쌓은 실력파 감독으로 이후 장편영화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로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 4개 부문을 수상하고 이름을 알렸다. 영화 '수리남'에서는 국내 최고 흥행 보증수표이자 설명이 필요 없는 두 명배우의 연기에 작품의 몰입감을 더해 준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더 큰 화제성을 띄기도 했으며 남미의 알려지지 않았던 작은 나라 수리남을 내게 처음 알게 해 준 영화이기도 하다. 명감독과 명배우의 만남으로 오징어 게임 이후 또다시 K드라마의 전 세계적인 인기와 흥행가도를 이어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에 몰입
평범한 일상의 아버지인 주인공 강인구(하정우)는 어릴적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트럭 운전을 하다 사고로 사망한 아버지 밑에서 불우한 가정환경에 처하며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한다. 중학교 때 유도를 배웠고 술집 웨이터와 노래방 그리고 미군부대 근처 카센터에 식료품을 납품하며 영어를 배운다. 세상을 이겨내려 애쓰는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가졌다. 자녀교육에 진심인 강인구는 진행하던 사업이 어려움에 처하자 큰돈을 벌기 위해 친구와 함께 수리남에 가서 홍어 무역을 시작한다. 중국 갱단의 상납금 요구 등 어려움에 처한 강인구는 우연히 만나게 된 전요한 목사(황정민)와 친분을 갖게 되는데 전요한의 신분은 목사이나 실상은 마약조직의 거물이며 수리남 대통령과도 친분이 막역한 사이다. 갑작스레 강인구의 홍어 컨테이너 안에서 마약이 적발되며 마약 밀매업자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이때 찾아온 국정원 미주지부 팀장 최창호(박해수)를 통해 전요한의 실상을 전해 들은 주인공 강인구는 국정원과 손을 잡고 마약왕 전요한을 잡기로 결심한다. 애국심과 아버지로서의 자부심 하나로 목숨을 건 임무를 수행한다. 사실 이대목에서 일상의 우리로서는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실화라는 사실이 놀랍다. 그는 상상조차 못 할 일을 결행하게 되며 항상 잠자리 머리맡에 총을 놓고 잤다는 이야기가 실제 사실이라고 들으니 더욱 소름이 돋는다. 한편, 한국과 미국 법정에 세우기 위해 국정원의 지시를 받으며 강인구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잃어버린 사업자금을 보상으로 받기로 하며 전요한에게 접근하여 한국행 마약밀매를 주선하는 역할을 한다. 전요한에 대한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과 그의 조직 안에서 펼쳐지는 위기상황들 속에 용기와 순발력으로 대처하는 장면들은 보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요소다. 아울러 잔혹한 중국인 갱단 두목 첸진(장첸)과 속고 속이는 이야기 전개도 역시 6화짜리 드라마를 한 번에 다 볼 수 있게 하는 박진감을 준다. 마지막 6화에서 국정원과 미국 EDA의 공조로 전요한을 생포하며 결말을 맞는데 실화 기반이지만 총탄이 날아다니는 등 일반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화적 요소라고 생각된다.
주조연배우들의 절묘한 조화와 반전
전요한 목사의 심복이자 앞장서서 지저분한 일처리를 도맡아 하는 변기태(조우진)는 중국조직을 배신한 후 중국 갱들의 내막을 잘 아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전요한에 대한 충성이 돋보이는 모습을 영화 전반에 보여줬는데 국정원의 언더커버였다는 영화 후반의 반전은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그의 중국어 연기와 연변 사투리 그리고 국정원 요원으로서의 모습을 자유롭게 소화하는 변화무쌍한 모습에서 진정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며 수리남의 진정한 승자라는 생각마저 든다. 한편, 전요한의 브레인 역할을 한 데이비드 박(유연석)은 조직의 법률자문을 맡은 고문변호사로 소심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유연석배우의 선한 인상 때문에 그의 비열한 미소도 꽃미남을 가리기 어려워 보였다. 영화 속 악역이 어딘지 어색하게 느껴진다. 중국 갱단 보스 역할을 맡은 첸진(쟝첸)은 잔인한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극의 활력을 주며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어릴 적 홍콩영화를 보며 자란 세대는 쟝첸의 모습을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를 통해 오랜만에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운 맘이 들었다. 쟝첸 배우가 출연했던 '와호장룡'. '적벽대전' 등이 기억나며 그의 냉혹한 연기에 빠져들어 실제 중국 갱단 보스를 보는 듯했다.
그시대 아버지들의 자녀교육과 애국심
'수리남'은 실존 인물인 조봉행이라는 인물의 실화를 모태로 한 작품으로 탄탄한 연기력과 스토리,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몰입감을 준다. 나는 한자리에 앉아서 6부작을 그대로 다 볼 수밖에 없었다. 넷플릭스 다운 스케일과 남미를 배경으로 한 영상은 6시간짜리 한 편의 영화를 본듯한 기분마저 든다. 극의 초반 전개는 다소 밋밋하고 지루한 면도 있지만 중반 이후를 넘어가며 강인구, 전요한, 첸진의 속고 속이는 긴장감이 가슴을 떨게 만든다. 한편, 강인구라는 인물이 수리남이라는 머나먼 나라까지 돈을 벌고자 떠난 이유, 자녀교육에 대한 그 시절 아버지들의 헌신, 처자식을 위해 먼 곳에서 감히 엄두가 나지 않을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 모습들을 하정우라는 배우의 묵직한 연기를 통해 나 역시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공감 가는 부분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아버지의 젊은 시절 한평생 우리 가족을 위해 생계를 책임지기 위한 헌신의 삶 역시 오버랩되며 뭉클해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이후 새롭게 나온 K누아르 '수리남'은 액션과 많은 볼거리를 주지만 그 속에서 주인공인 일반인이 목숨을 건 임무수행의 모티브는 결국 '아버지의 모습이구나'라는 생각은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댓글